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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노트북 전원버튼(함정키)을 눌러버렸다

by 팀장일기 2021. 9. 4.

#함정키 #리셋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다가 한 80%정도 했을때 '-' 버튼을 누른다는게 전원 버튼을 눌러버렸다. 모니터는 꺼지고 시스템은 종료되었다.
저장을 하지 않았단 생각에 머리카락을 움켜 쥘 수 밖에 없었다.

한 5분간 멍하니 노트북을 보다가 다시 전원을 켰다. 다행이 시스템은 작동이 잘 되었고 내가 하던 작업은 80%가 살아 있었다. 다시 시작해야 했지만 완전 처음부터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그리고 다시 꼼꼼하게 일을 점검해서 마무리했다.

노트북의 전원키는 숫자패드 위에 교묘히 붙어있다. 평소라면 의식하고 누르지 않았을텐데 작업하다가 술술 잘 풀리다보면 몸이 알아서 키보드와 일심동체가 된다. 무의식적으로 타닥타닥타다닥 흥에 겨워 누르다가 이렇게 되었다.

얼마전에 새로운 일를 하려고 10일간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현장 배치를 받아서 현업에 계신분과 이야기를 해보다가 그만 두었다. 내 10일간의 시간과 돈은 잃었지만 괜찮았다. 이 결정은 전원버튼을 누른나와 닮았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엔 교육을 받고 그로인한 결과가 어떻게 될지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월에 500만원 이상 벌 수 있는 일이었고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했었다. 10일간 교육 후 현장에 가서 이야기를 들었을땐 내 형편으로는 무리가 되는 일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현업에 20년이상 일을 하신분과 이야기 해보고 그만하기로 했는데 내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예전엔 그 동안 계획했던 일이라면 참고 밀어붙였다. 아마 그곳에서 작은 목표 라도  달성하고 그만했을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실행 하기전에 스스로의 계획을 취소했다. 이 결정으로 언제 어디서나 선택 할 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나는 다시 교육받기 전으로 상황이 돌아갔다.  

시간과 돈을 잃긴 했지만 사업이 망했을 때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그 동안 일이 잘 풀렸다. 그래서 흐름에 몸을 맡겨 일했다. 현장에서의 모습을 듣고 결정을 취소한 상황은 이번 노트북으로 작업하면서 함정키를 누른 모습과 닮았다. 현장의 목소리는 나를 멍하게 했고 현실을 자각하게 했다.  다시 계획을 꼼꼼히 점검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래도 데미지가 조금 있다. 하지만 내 맘은 가볍다. 무의식에 몸을 맡기는게 아니라 의식적인 시각을 넓혀야겠다. 의지하는 것은 가족이면 충분하다. 그 외에는 의지 하지도 말고 기대하지도 말자.  함정키는 종종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그걸 긍정으로 받아들일지 부정으로 받아들일지 믿는데로 될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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